길 위에 또 다른 길
앞 글의 끝에서 멈춰 섰다. 한 사람의 삶은 그 사람에게 하나의 점으로 끝난다. 그 점은 다음 사람에게 무엇이 될까 — 다시 쓰인 오디세이아와, 물음표가 붙은 뉴턴의 답을 따라가 본 기록이다.
출발한 자리
「같은 날 같은 시간이 아닐지라도」의 끝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나의 길을 간다. 그들은 그 위에서 그들만의 길을 만들면 된다.
그 문장에서 멈춰 섰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을 가고, 누군가가 남긴 족적에서 시작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은 그것을 산 사람에게 하나의 점으로 끝난다. 그렇다면 멈춘 자리에 남는 물음은 이것이었다.
내가 남길 점은, 다음 사람에게 어떤 물음표가 되기를 바라는가.
그 물음을 들고, 누군가의 점이 다음 사람에게 어떻게 이어졌는지 두 군데서 들여다봤다.
다시 쓰인 이야기
올여름 극장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디세이」를 봤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 남긴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오래 전해졌고, 이번에도 누군가의 손으로 다시 쓰였다. 글은 옮겨졌고, 누군가는 다르게 썼다. 옛사람이 남긴 점 옆에 또 다른 길이 생긴 셈이다.
사람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이런 이야기를 다시 찾는다. 나는 그 까닭을 이렇게 본다. 사람은 선함에 끌린다.
물음표가 붙은 답
뉴턴에게 사과는 떨어졌다.
그 이야기는 뉴턴이 늙어서 들려준 것을 곁에 있던 사람들이 적어 남긴 회상이다. 1726년 봄, 사과나무 그늘에서 뉴턴과 차를 마시다 들었다고 윌리엄 스터클리가 적었다. 거기서 뉴턴이 떠올린 물음은 이것이었다. 왜 사과는 늘 땅으로 곧게 떨어질까.
뉴턴은 그 물음에 답을 세웠다. 물체와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답, 만유인력이다.
그런데 그 답으로 셈을 해도 딱 맞지 않는 자리가 남아 있었다. 수성이었다. 태양을 도는 수성의 궤도는 조금씩 돌아가는데, 뉴턴의 이론으로 계산하면 설명되지 않는 작은 나머지가 생겼다. 1859년 르베리에가 프랑스 과학아카데미 회보에 실은 편지에서 그 어긋남을 짚었다. 그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가 작용한다고 보면서도, 어느 가설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1915년 11월, 아인슈타인이 새로 세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그 나머지를 계산해 냈다. 특별한 가설을 붙이지 않고도 설명된다고 그는 적었다.
뒤의 물리학자들은 뉴턴의 답을 버리지 않았다. 그 답이 어디까지 맞는지, 무엇을 설명하지 못하는지를 다시 물었다.
뉴턴의 삶과 답은 뉴턴에게 하나의 점이었다. 뒤의 사람들은 그 점을 지우지 않고, 그 옆에 물음표를 붙였다. 나는 이 줄을 그렇게 읽었다.
거장이 거장을 낳듯
거장은 거장을 낳았고, 부모는 아이를 낳았고, 한 세대는 다른 세대로 이어졌다. 뉴턴의 답에서 아인슈타인의 물음이 나왔듯, 아이들은 부모가 남긴 것을 받아 거기서 제 길을 시작한다.
우리 세대도 지금 무언가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남기려 한다. 나는 그것을 사람과 AI가 생산의 여러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방식에서 본다.
「나는 그것을 저축이라고 생각했다」를 쓰며 나는 일하는 사람의 수만 늘리는 것과 다른 길을 생각했다. 한 사람이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떨까. 나는 그 가능성이 시작되는 자리를 지금의 AI에서 본다. 다만 한 사람이 더 만든다고 그 몫이 월급과 연금으로 저절로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은 「100유로가 늘었다면」에서 따라가 봤다.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우리가 남긴 점이 다음 세대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안다면, 책임은 그 순간 이미 생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묻는 것은 책임이 있느냐가 아니다. 그 점을 찍는 동안 무엇을, 어디까지 살피고 만들어야 하느냐다.
지금 서 있는 자리
오래된 이야기는 옮겨지며 다시 쓰였고, 뉴턴의 점 옆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두 길을 따라와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한 사람의 삶은 그 사람에게 하나의 점으로 끝난다. 그러나 사람은 그 점이 끝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 그 옆에 물음표를 붙이고, 거기서 다시 길을 시작하기를.
우리가 AI와 함께 세우는 답도 다음 세대에게는 물음표가 되리라고 나는 본다. 그리고 앞으로의 세대에게는 AI와 어우러져 사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책임을 어디까지 다해야 하는지, 나는 아직 답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점을 남길지, 그 점을 찍는 동안 어디까지 살펴야 할지. 지금은 그 물음을 들고 여기에 서 있다.
되돌아본 자리
- 초안의 첫 뼈대는 「신으로 시작한 철학」을 신을 중심에 둔 중세의 계보로 읽었다. 내가 말하려던 것은 신화에 남은 사람에 대한 물음이었다
- 초안은 영화 「오디세이」를 얼마나 흥행했는지로 붙잡으려 했다. 내가 말하려던 것은 글이 옮겨지고 다르게 쓰인다는 것이었다
- 초안은 끝 문장을 「사람은 죽음으로 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로 적었다. 내가 말하려던 것은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삶은 그 사람에게 점으로 끝나지만, 끝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 초안은 연금 글을 쓰며 연금을 받치는 것이 옮겨 가는 자리를 봤다고 적었다. 그 글은 그런 이동을 확인한 글이 아니었다. 나는 거기서 다른 길을 생각하게 됐다
- 처음에는 갈릴레이부터 지금의 물리학자까지 이름을 여럿 세우려 했다. 답이 물음표가 되는 자리 하나, 뉴턴과 아인슈타인만 남겼다
이 길에서 확인한 것 · 확인하지 못한 것
확인한 것
- 영화 「오디세이」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26년 미국 영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 사과 이야기 — 윌리엄 스터클리가 1752년 원고에, 1726년 4월 15일 뉴턴과 사과나무 그늘에서 차를 마시며 들은 이야기로 적었다. 뉴턴이 떠올린 물음은 왜 사과가 늘 땅으로 곧게 떨어지는가였다. 존 콘딧의 원고(1727~1728년께)와 볼테르의 글(1727년 인쇄)에도 사과 이야기가 있다. 이 세 기록에는 사과가 머리에 떨어졌다는 말이 없다
- 수성 — 1859년 르베리에가 프랑스 과학아카데미 회보에 실은 편지에서, 수성 근일점의 운동에 뉴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나머지가 있다고 적었다. 여러 가설 가운데 단정하지 않겠다고도 적었다
- 일반상대성 — 1915년 11월 18일 아인슈타인이 프로이센 과학아카데미 회보에, 그 나머지를 특별한 가설 없이 설명한다고 발표했다
확인하지 못한 것
- 사람들이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찾는 까닭이 선함에 끌리기 때문이라는 것. 내 생각이다.
- 사과 이야기가 실제로 언제, 어떻게 있었는지. 세 기록 모두 뉴턴이 늙어서 한 회상을 남이 적은 것이다
- AI와 함께 일하고 생산하는 방식이 한 사람의 몫을 늘려 다음 세대를 받친다는 것. 내 생각이다. 그 몫이 월급·세금·연금으로 이어지는지는 이 글에서 다시 재지 않았다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
- 책임을 어디까지 다해야 한다는 답
- 사람들이 옛 이야기를 다시 찾는 까닭이 선함 하나로 설명된다는 것
- AI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 또는 높이지 못한다는 것
- 영화가 원전을 잘 옮겼다거나 잘못 옮겼다는 것
- 뉴턴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항목
이 글은 아래 항목이 확인되기 전까지 검증 완료로 표시되지 않는다.
- 사람들이 시대가 바뀌어도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찾는 까닭이 사람이 선함에 끌리기 때문이라는 것은 내 생각이다.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다.
- AI와 함께 일하고 생산하는 방식이 한 사람의 몫을 늘려 다음 세대를 받칠 수 있다는 것은 내 생각이다. 그 몫이 월급·세금·연금으로 이어지는지는 「100유로가 늘었다면」에서 따라갔고, 이 글에서 다시 재지 않았다.
- 뉴턴의 사과 이야기는 뉴턴이 늙어서 들려준 것을 다른 사람들이 적어 남긴 회상이다. 그 일이 실제로 언제, 어떻게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 앞으로의 세대에게 AI와 어우러져 사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은 내 전망이다.
출처
- 씨네21 — 오디세이 (The Odyssey) 영화 정보
- 경향신문 — 영화 「오디세이」 보도 (2026-09-06)
- William Stukeley — Memoirs of Sir Isaac Newton's Life (1752, Royal Society MS/142) · Newton Project
- John Conduitt — 뉴턴의 케임브리지 시절 원고 (c.1727–28, King's College Keynes Ms. 130.04) · Newton Project
- Voltaire — An Essay upon the Civil Wars of France … and upon the Epick Poetry (1727) · F. D. White 편 (1915)
- Le Verrier — Lettre à M. Faye sur la théorie de Mercure (Comptes rendus de l'Académie des sciences, t. 49, 1859)
- Einstein — Erklärung der Perihelbewegung des Merkur aus der allgemeinen Relativitätstheorie (Sitzungsberichte,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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