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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하지 않고 재배치한다

일한 것과, 일했다고 적은 것

평가는 사람의 속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읽을 수 있는 것을 대신 읽는다. 문제는 무엇을 대신 읽기로 했는지가 판단받는 쪽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2026년 9월 3일

1 더하기 1은 2다.

3이라고 쓰면 바로 안다. 그리고 무엇을 다시 봐야 하는지도 안다. 더하기를 잘못했거나, 숫자를 잘못 읽었거나, 옮겨 적다가 틀렸다.

이런 문제에서는 틀린 답이 쓸모가 있다. 어디서 어긋났는지를 가리켜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1 더하기 1에는 다른 면이 하나 더 있다.

너무 당연해서 적기가 망설여진다. 이걸 적는 게 맞나.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적어 두면 분량을 채우는 것처럼 보이고, 읽는 사람을 낮춰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대개 적지 않는다.

적지 않으면 그 일을 했다는 사실이 남지 않는다. 나중에 「무엇을 했는가」를 물을 때, 자명해서 적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자리에 놓인다.

이 차이는 평소에 드러나지 않는다. 잘 돌아가는 동안에는 기록이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기록이 읽히는 시점은 대개 물음이 이미 정해진 뒤다. 그때 같은 기록이 「했다」의 증거도 되고 「이것뿐이다」의 증거도 된다.

이 글은 거기서 시작해서, 틀린 답이 돌아오지 않는 자리까지 걸어간다.

그 자리를 이렇게 놓고 본다. 평가가 사람의 속은 보지 못하고, 남아 있는 기록만 읽는다면. 가정이지 결론이 아니다. 다만 가정할 것이 많지도 않다 — 남을 판단하는 쪽은 원래 그 사람의 속을 보지 못한다.

조건이 숨은 문제

문장을 바꿔 본다.

매년 7%의 이자를 받고 20년을 저축한다.

이번에는 물음표가 눈에 안 띈다. 그런데 답하려면 여러 개를 정해야 한다. 이자가 원금에만 붙는지 불어난 금액에 붙는지. 이자에서 세금을 떼는지. 20년 뒤의 돈을 그때 물가로 보는지 지금 가치로 보는지.

같은 금액을 한 번에 넣고 20년을 둔다고 하자.

20년 뒤
세금과 물가를 빼지 않고 연 7%로 불린 경우원금의 3.87배
이자에서 30%를 떼고, 물가가 해마다 2% 올랐다고 놓은 경우1.75배

둘 중 하나가 계산을 틀린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질문에 답했다.

그래도 이 문제는 다시 풀 수 있다. 숨은 조건을 밖으로 꺼내 적으면 된다. 세금을 뗐는지, 물가를 반영했는지. 꺼내 놓으면 어느 답이 필요했는지 물을 수도 있다.

질문이 숨어 있었지만, 찾을 수는 있었다.

채점 기준이 보이지 않는 자리

일을 평가할 때는 성질이 달라진다.

평가하는 쪽은 남의 속을 보지 못한다. 얼마나 애썼는지, 무엇을 감당하고 있었는지, 왜 그렇게 했는지. 볼 수 있는 것은 남은 흔적뿐이다. 출근 기록, 메일, 티켓, 문서, 회의에서 한 말.

그래서 평가는 읽을 수 있는 것을 대신 읽는다. 다른 방법이 없다.

문제는 대신 읽는다는 데 있지 않다.

무엇을 대신 읽기로 했는지가 판단받는 쪽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미 기계가 읽고 있다

유럽 근로조건 조사가 2024년에 물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내 성과를 감시한다17%
컴퓨터 프로그램이 내 업무를 나눠 준다16%
컴퓨터 프로그램이 내가 언제 일할지 정한다10%

금융업에서는 앞의 둘이 34~35%까지 올라간다.

이 조사는 스스로 단서를 붙인다. 이런 형태의 관리가 유럽 직장에 그렇게 널리 퍼져 있지는 않다고. 그 단서를 지우고 인용하지 않겠다.

다만 같은 조사에 이런 문장이 있다.

업무의 일부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결정된다고 답한 26% 가운데, 자동으로 내려진 결정에 이의가 있을 때 문제를 제기할 명확한 절차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을 조금 넘는 15%였다.

판정은 내려지는데 되돌릴 길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 그 안에 있다. 열에 넷쯤이다.

설명하라는 요구가 서고 있다 — 한 자리에서만

유럽연합이 2024년에 만든 플랫폼 노동 지침에 이런 조항이 있다.

자동으로 내려지거나 자동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내려진 결정에 대해, 일하는 사람은 설명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구두여도 되고 서면이어도 되지만 부당하게 늦어서는 안 된다. 명확하고 평이한 말로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에 이르게 된 사실과 정황을 함께 짚어 볼 담당자에게 닿을 수 있어야 한다. 회사는 그 담당자가 그 일을 할 권한을 실제로 갖도록 해야 한다.

계약의 본질적인 부분에 영향을 주는 결정이라면 서면으로 이유를 적어야 하고, 늦어도 그 결정이 효력을 갖는 날까지 줘야 한다. 재검토를 요구하면 충분히 구체적이고 근거를 갖춘 답을 서면으로, 2주 안에 줘야 한다. 결정이 권리를 침해했다면 2주 안에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을 알려야 하는지도 적혀 있다. 시스템이 쓰는 주요 항목과 그 항목들의 상대적 중요도까지다. 채용이나 선발 절차를 밟는 사람에게도,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 규정은 고용계약이 없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회원국이 이것을 국내법으로 옮겨야 하는 시한은 2026년 12월 2일이다.

권고가 아니다. 기한과 형식이 붙어 있다.

그리고 이것이 서는 자리는 플랫폼 노동이다.

일반적인 고용에서 비슷한 종류의 의무를 지려던 것은 인공지능 법이었다. 채용과 선발, 승진과 해지, 업무 배분, 성과와 행동의 감시가 고위험으로 분류돼 있다. 원래는 2026년 8월 2일부터 의무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26년 7월에 개정 규정이 나왔고, 그 날짜가 2027년 12월 2일로 옮겨졌다. 규정은 이유를 적고 있다. 표준과 지침이 늦었고, 각국의 담당 기관을 세우는 일도 늦었다는 것이다.

설명하라는 요구를 세우는 일 자체가 미뤄지고 있다.

나갈 때는 물을 수 있다

벨기에에는 해고의 이유를 알 권리가 이미 제도로 있다. 단체협약 109호다. 근속 6개월 이상이면 적용되고, 그 앞의 계약들도 6개월을 세는 데 들어간다.

다만 짚어둘 것이 있다.

회사가 먼저 알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알고 싶으면 등기우편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러면 회사는 등기우편으로 두 달 안에 답해야 한다. 그 답에는 구체적인 이유가 들어 있어야 한다.

답하지 않거나 구체적인 이유를 주지 않으면 2주치 급여에 해당하는 정액 과태료를 문다. 해고가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면 3주에서 17주치의 배상이 따로 붙는다. 이 둘은 함께 물릴 수 있고, 예고수당과도 함께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요구했는데 회사가 답하지 않으면, 「이 해고가 불합리하지 않다」를 증명할 책임이 회사로 넘어간다. 요구하지 않았거나 규정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일하던 쪽에 남는다.

등기우편 한 통이 입증의 방향을 바꾼다.

고칠 수 있는 때와 근거가 오는 때가 반대다

정리하면 이렇다.

일하는 동안나갈 때
회사가 먼저 이유를 알릴 의무찾지 못했다없다 — 요구가 있어야 한다
요구하면 받을 수 있는가찾지 못했다등기 요구, 두 달 안에 등기 답변
답하지 않으면—2주치 과태료. 그리고 입증 책임이 회사로

일하는 동안에는 고칠 시간이 있는데 근거가 오지 않는다. 근거가 오는 때에는 이미 고칠 것이 남아 있지 않다.

이유를 설명하라는 요구는 관계가 끝나는 자리에 붙어 있다.

기록을 만드는 일은 세어지지 않는다

평가가 기록 위에서 돈다면, 기록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일이다.

무엇을 했는지 적고, 어디에 저장할지 정하고, 누구에게 알릴지 고르고, 나중에 찾을 수 있게 이름을 붙이는 일. 이건 성과를 내는 일과 다르고, 시간을 쓴다.

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재는 공개 지표를 찾지 못했다.

대신 자주 인용되는 숫자가 하나 있다. 지식노동자가 시간의 60%를 「일에 관한 일」에 쓴다는 것이다. 그 조사를 낸 곳은 그 시간을 줄여 준다고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다. 파는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도 이상하지 않은 숫자다.

이 글은 그 60%를 사실로 쓰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공식 통계가 세지 않는 자리를, 그것을 팔아서 이익을 보는 쪽의 숫자가 채우고 있다.

잘한 일일수록 남는 것이 적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있다.

유지하고 예방하는 종류의 일은 잘될수록 흔적이 줄어든다. 장애가 나지 않으면 장애 기록이 없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막으면 문제 보고서가 없다.

같은 사람이 같은 시간을 썼는데, 성과가 좋을수록 읽을 것이 적어지는 구간이 있다.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재는 방식의 성질이다.

적는 일은 보험이다

문제가 생기면 기댈 것은 기록이다.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그 기록은 열리지 않은 채 자리만 차지한다.

그리고 어느 기록이 쓰일지는 적을 때 알 수 없다. 그래서 넓게 적게 되고, 그 넓음이 비용이다. 시간으로도 들고 저장으로도 든다.

비용은 확실하고 계속 든다. 지급은 드물고, 그것도 읽는 쪽이 필요를 판정한 뒤에 이루어진다.

게으름도 낭비도 아니다. 무엇이 쓰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정상적인 대응이다.

그러면 이 거래는 공정한가

이 글은 그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공정하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는 말할 수 있다.

무엇을 읽을지 미리 알려져 있을 것. 판정의 근거가 돌아올 것.

앞에서 본 것을 여기에 놓으면 이렇게 된다.

일하는 동안에는 그 둘을 잰 자료를 찾지 못했다. 나갈 때는 요구하면 근거가 오고, 요구했는데 오지 않으면 입증 책임이 넘어간다. 플랫폼 노동에서는 2026년 12월부터 주요 항목과 그 비중까지 미리 알리고, 결정에 대한 설명을 서면으로 2주 안에 주어야 한다.

같은 물음에 대해 자리마다 다른 답이 놓여 있다.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한 일과 평가하는 쪽이 읽는 항목이 같은 형식으로 놓여 있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형식이 맞는지 알게 된 것은 아니다. 그건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하나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질문을 돌려받지 못해도, 한 일은 다른 사람이 검사할 수 있는 형태로 남길 수는 있다. 무엇을 근거로 썼는지 적고,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을 나누고, 틀린 것은 지우지 않고 무엇이 틀렸는지 적는 식으로.

그게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공개된 기록도 다른 기준으로 다시 읽히고 걸러진다.

설명하는 몫을 판정 하나에 전부 맡기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이건 이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밝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틀린 것

조사하면서 두 번 같은 실수를 했다.

플랫폼 노동 지침의 조 번호를 해설 자료에서 옮겨 적었다. 세 곳이 같은 번호를 주기에 맞다고 봤다. 원문을 열어 보니 넷이 전부 달랐다. 수치도 같은 일이 있었다. 검색 요약이 준 네 개의 숫자가 원문과 맞지 않았다.

두 번 다 근거가 「여러 곳이 같은 말을 한다」였다. 서로를 베낀 자료들이 일치하는 것은 아무것도 보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인공지능 법의 시행일을 이미 시작된 것으로 적었다. 확인해 보니 다음 해로 미뤄져 있었다.

이 글에 남은 조문과 숫자는 원문을 열어 대조한 것들이다.

확인한 것 · 확인하지 못한 것

확인한 것

  • 플랫폼 노동 지침은 자동 결정에 대해 설명받을 권리와 2주 안의 서면 재검토를 정하고, 전환 시한은 2026년 12월 2일이다
  • 인공지능 법의 고용 관련 고위험 의무는 2027년 12월 2일로 옮겨졌다
  • 업무의 일부가 프로그램으로 결정된다고 답한 26% 가운데 이의를 제기할 명확한 절차가 있다고 답한 것은 15%였다
  • 벨기에에서 해고 사유는 등기우편으로 요구해야 받을 수 있고, 답하지 않으면 입증 책임이 회사로 넘어간다

말하지 않은 것

  • 회사가 감시를 원한다는 이야기
  • 기록이 늘어서 해고가 늘었다는 이야기
  • 인공지능이 이 변화의 원인이라는 이야기
  • 이렇게 하면 살아남는다는 이야기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항목

이 글은 아래 항목이 확인되기 전까지 검증 완료로 표시되지 않는다.

  • 기록과 보고에 드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그 크기를 재는 공개 지표를 찾지 못했다.
  • 재직 중 평가의 근거가 실제로 얼마나 당사자에게 돌아가는지. 해고 때의 의무는 확인했으나, 일하는 동안의 실태를 잰 자료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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