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이 끝나면 무엇이 남는가
유럽은 반도체의 고객이 아니라 생산자가 되겠다고 했다. 드레스덴에 100억 유로가 넘는 공장이 서고 2,000명이 일한다. 보조금이 끝난 뒤 유럽 안에 남는 일이 어떤 종류의 일인지, 유럽이 스스로 낸 문서로 따라가 봤다.
전제
만약 공장이 남긴다고 하는 것을 건물과 고용 숫자로만 센다면, 보조금이 끝난 뒤에 설계와 장비와 판단이 어디에 있는지는 그 숫자로 보이지 않는다.
조건문이다. 보조금이 잘못이라고도, 공장이 필요 없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드레스덴에 공장이 선다
독일 드레스덴에 반도체 공장 둘이 서고 있다.
하나는 대만 TSMC가 보쉬·인피니온·NXP와 함께 세우는 ESMC다. 투자는 100억 유로를 넘고, 다 지으면 한 달에 웨이퍼 4만 장을 만든다. 만드는 것은 28·22나노와 16·12나노 공정이다. 회사가 밝힌 직접 고용은 약 2,000명이다.
다른 하나는 인피니온의 스마트 파워 팹이다. 50억 유로를 들여 전력 반도체를 만들고, 최대 1,000명을 새로 뽑는다고 적었다.
큰 공장이다. 그런데 사람 수를 보면 투자 5,000만 유로마다 한 사람 꼴이다. 이 나눗셈은 내가 한 것이고 어느 공식 문서에도 없다. 다만 크기의 감을 잡는 데는 쓸모가 있다. 자동차 공장이었다면 같은 돈에 훨씬 많은 사람이 붙었을 것이다.
그래서 묻게 된다. 보조금이 끝난 뒤에 유럽에 남는 일은 어떤 종류의 일인가.
유럽은 이 물음을 스스로도 하고 있다. 9월 24일 경쟁력이사회가 다음 반도체법을 놓고 토론했다. 결론을 채택한 자리는 아니었다. 회의 결과를 알린 의장국 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실렸다.
“The next chips act must turn ambition into real sovereignty. In the global race for AI and advanced technologies, Europe cannot afford to be just a customer.”
고객으로 남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목표와 전망 사이
유럽감사원이 올해 낸 보고서가 지금까지의 성적을 적는다.
- 목표는 세계 생산 가치의 20퍼센트다. 2030년까지, 최첨단·지속가능 반도체 기준이다.
- 그 목표에 걸린 돈은 최소 860억 유로로 적힌다. 그런데 뜯어보면 공공 430억 유로와, 거기 상응할 것으로 기대되는 민간 430억 유로의 합이다. 절반은 기대다.
- 그리고 집행위원회 자신이 2024년 7월에 낸 전망은 11.7퍼센트다. 목표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 같은 보고서가 ASML의 2022년 입장문을 인용한다. 20%에 이르려면 2030년까지 2,640억 달러, 약 2,510억 유로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는 추산이다.
감사원의 판정은 보고서 제목에 있다. 이행은 합리적으로 진전했지만, 그 목표에 이르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된다. 필요하다고 인용된 돈은 2,510억 유로, 실제로 잡힌 돈은 860억 유로이고, 그중 확정된 공공 재원은 430억 유로다.
유럽이 이미 서 있는 자리
같은 보고서에 반도체 공급망을 단계별로 그린 그림이 있다. 어느 단계에 누가 있는지를 적어 둔 그림이다.
| 단계 | 거기 적힌 이름 |
|---|---|
| 설계 | 미국(퀄컴·AMD), 대만(TSMC) |
| 장비 | 유럽(ASML), 미국(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일본(도쿄 일렉트론) |
| 연구개발 | 미국(인텔·엔비디아·퀄컴), 유럽(ASML·IMEC) |
| 웨이퍼 제조 | 대만(TSMC), 한국(삼성), 중국 |
| 조립·시험·패키징 |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중국) |
| 원자재 | 일본(세계 실리콘 웨이퍼의 50%) |
유럽의 이름이 나오는 칸은 장비와 연구개발이다. 웨이퍼를 굽는 칸에는 없다. 집행위원회가 새 법안을 소개하며 적은 문장도 같은 방향이다. 유럽은 첨단 제조와 반도체 설계에서 제3국 의존이 남아 있다고 스스로 적는다.
드레스덴에 서는 공장은 그 칸 하나를 채우는 일이다. 그런데 유럽이 이미 강한 칸은 다른 곳이다. 그러면 「반도체 일자리」라고 할 때 그 일이 어느 칸의 일인지부터 갈라야 한다. 웨이퍼를 굽는 일인지, 그 기계를 만드는 일인지, 설계하는 일인지.
월급인가, 유지비인가
공장을 유럽에 두는 값이 비싸다는 말은 자주 듣는다. 무엇이 비싼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2025년 하반기 산업용 가격을 보면(연 2,000~2만 MWh 구간, 부가세 제외) 전기는 독일 0.1922, EU 평균 0.1596, 벨기에 0.1571유로다. 가스는 독일 0.0713, EU 0.0605, 벨기에 0.0481유로다. 독일은 평균보다 비싸고, 벨기에는 평균 언저리다.
반대로 인건비에서 세금과 사회보험이 차지하는 몫은 벨기에가 크다. 평균임금을 받는 독신 노동자 기준으로 벨기에 52.5퍼센트, 독일 49.3퍼센트, 미국 30.0퍼센트다. 이 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의료·연금·실업 보호로 미리 내는 몫이다. 미국에서는 그 일부를 개인과 민간 보험이 따로 낸다.
그러니 「유럽이 비싸다」는 한 문장으로 묶기 어렵다. 독일에서는 전기가, 벨기에에서는 인건비가 더 무겁다. 어떤 공장이냐에 따라 어느 쪽이 결정적인지도 달라진다. 사람 손이 많이 드는 공장은 인건비가, 설비가 큰 공장은 전기와 가동률이 먼저다.
세는 자리가 없다
이 글의 물음은 어떤 일이 남느냐였다. 그런데 답을 받칠 자료를 찾다가 빈자리를 만났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직종으로 나뉘는지를 잰 공식 통계를 찾지 못했다. 오퍼레이터가 몇이고 기술자가 몇이고 엔지니어가 몇인지, 유럽 자료로도 다른 나라 자료로도 팹만 따로 센 것은 없었다. 공장을 부르는 데 쓰는 돈의 규모는 문서마다 적혀 있는데, 그 돈이 부른 일의 종류를 세는 자리는 비어 있다.
「2,000개의 고숙련 일자리」라는 회사의 표현은 있다. 그 2,000명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는 그 표현이 말해 주지 않는다.
보조금이 끝난 뒤
인텔은 마그데부르크에 300억 유로가 넘는 공장 둘을 짓겠다고 2023년에 독일 정부와 합의했다.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회사는 독일과 폴란드의 계획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비용을 줄이는 조치의 하나였다.
공장을 부르는 것과 공장이 남는 것은 다른 일이다. 그래서 판별할 수 있는 물음이 하나 있다. 보조금이 끝난 뒤에 그 공장이 유럽에서 다음 설비에 다시 투자할 수 있는가.
그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ESMC는 2027년 말 생산 시작을 목표로 하고, 인피니온의 새 팹은 올가을 가동한다. 다음 세대 설비를 언제 누가 대는지는 그때 가서 보인다.
다만 지금 갈라 둘 수는 있다. 공장을 부르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려는 것, 공급이 끊겨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두려는 것, 핵심 기술과 결정권을 안에 남기려는 것, 세수와 지역경제를 지키려는 것, 생산성을 올리려는 것. 다섯은 같은 목표가 아니고, 같은 숫자로 재지지도 않는다.
고용 숫자로 재면 반도체 공장은 작다. 그러나 고용은 다섯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어느 것을 재고 있는지 밝히지 않으면, 같은 공장을 두고 성공했다고도 실패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
- 보조금이 낭비라는 것
- 유럽이 경쟁에서 졌다는 것
- 규제를 풀거나 세금을 낮춰야 한다는 것
- 이민이나 자동화가 답이라는 것
- 이 공장들이 보조금 뒤에 남을지 남지 않을지
확인한 것 · 확인하지 못한 것
확인한 것
- ESMC 드레스덴 — 투자 100억 유로 초과, 직접 고용 약 2,000명, 월 4만 장, 28·22나노와 16·12나노 — TSMC 발표
- 인피니온 드레스덴 — 50억 유로, 최대 1,000명 — 회사 자료
- 2026년 9월 24일 경쟁력이사회는 결론 채택이 아니라 정책 토론이었고, 의장국 페이지에 「고객으로만 남을 수는 없다」는 문장이 실렸다
- 목표 20%는 2030년까지 최첨단·지속가능 반도체의 세계 생산 가치 기준 — 유럽감사원 보고서 12/2025
- 860억 유로는 공공 430억과 그에 상응할 것으로 기대되는 민간 430억의 합 — 같은 보고서
- 2030년 전망 11.7%는 집행위원회 자신의 2024년 7월 전망 — 같은 보고서
- 20% 달성에 2,640억 달러(약 2,510억 유로)가 필요하다는 ASML의 2022년 추산 — 같은 보고서가 인용
- 공급망 단계별로 유럽의 이름이 나오는 칸은 장비와 연구개발 — 같은 보고서의 그림
- 집행위원회는 새 법안(2026년 6월 3일 제안) 소개에서 첨단 제조와 반도체 설계의 제3국 의존이 남아 있다고 적는다
- 인텔은 2025년 2분기 발표에서 독일과 폴란드의 계획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2023년 합의는 마그데부르크에 300억 유로가 넘는 규모였다
- 2025년 하반기 산업용 전기·가스 가격(부가세 제외) — 위 숫자. Eurostat 원자료를 직접 받아 셈했다
- 노동비용 중 세금·사회보험 비중(2025) — 벨기에 52.5%, 독일 49.3%, 미국 30.0%
확인하지 못한 것
- 새 법안의 본문
- 이사회에서 장관들이 꼽은 우선 분야 목록
- 크롤의 지원 승인 문서와 고용 계획
- 반도체 공장의 직종 구성 통계
- 유럽의 인력 부족 규모
- 투자액을 고용 인원으로 나눈 값은 내 셈이다
- 보조금이 끝난 뒤 이 공장들이 다음 설비에 투자할 수 있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항목
이 글은 아래 항목이 확인되기 전까지 검증 완료로 표시되지 않는다.
- Chips Act 2.0 제안의 본문은 열지 못했다. 집행위원회가 낸 소개 페이지의 문장과 발표일까지만 확인했다.
- 9월 24일 경쟁력이사회에서 장관들이 꼽았다는 우선 분야 일곱 가지는 조사 과정에서 나왔지만, 공식 문서로 대조하지 못해 본문에 싣지 않았다.
- 크롤(프랑스)의 지원 승인 문서와 그 고용 계획은 원문으로 열지 못했다.
-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종 구성을 잰 공식 통계를 찾지 못했다. 유럽 자료로도, 다른 나라 자료로도 팹만 따로 센 것은 없었다.
- 유럽의 반도체 인력 부족 규모로 도는 숫자가 둘이다. 유럽 기준과 세계 기준이 섞여 있어 이 글에서는 쓰지 않았다.
- 공장 한 곳의 투자액을 고용 인원으로 나눈 값은 내가 한 셈이다. 어느 공식 문서에도 없다.
- 보조금이 끝난 뒤 이 공장들이 다음 설비에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 시점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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