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옮겨갔고 사람은 남았다
통신비가 10유로 줄었다. 그 10유로는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그 돈을 받던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통신비 고지서가 지난달보다 10유로 줄었다고 하자.
기분 좋은 일이다. 그 10유로로 커피를 몇 잔 더 마시거나, 아이한테 드는 돈에 보태거나, 그냥 통장에 남겨둘 것이다.
그런데 그 10유로는 원래 어디로 가던 돈이었을까.
누군가의 월급이었을 것이다. 대리점 직원, 콜센터 상담원, 설비를 놓는 기사. 아니면 회사의 이익이었거나, 세금이었거나, 망을 까는 데 들어가던 돈이었을 것이다. 내가 낸 값은 반대편에서 누군가의 소득이 된다.
값이 내려갔다는 건 그 나눠 갖던 구조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이 글은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돈은 어디로 갔고, 그 돈을 받던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값이 내려간 뒤에 돈과 사람이 서로 다른 데로 갔다고 해보자. 이 글은 그렇게 놓고 지금을 다시 본다. 가정이지 결론이 아니다.
먼저, 흔한 반론부터
값이 내려가면 일자리가 준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렇게 쓰지 않겠다. 그건 틀리기 쉬운 말이다.
내가 아낀 10유로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데서 쓰인다. 카페 매출이 되고, 학원 수입이 되고, 은행에 예금으로 남는다. 그 돈이 도착한 곳에서는 오히려 일자리가 늘 수도 있다.
그러니 돈만 놓고 보면 손해가 아니다. 총액은 그대로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돈은 하루 만에 옮겨간다. 사람은 그렇지 않다.
통신사 대리점에서 일하던 사람이 다음 달에 카페 직원이 되지는 않는다.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기술이 다르고 사는 지역이 다르다. 월급도 다르다. 무엇보다 옮기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만두는 건 먼저 온다.
그래서 이 글이 보는 것은 일자리가 몇 개냐가 아니다. 돈이 도착한 곳으로 사람도 도착할 수 있는가다.
값은 정말 내려갔다
유럽에서 통신 요금은 실제로 내려갔다. 정보·통신 물가는 2010년보다 26.6% 낮다. 가정에서 쓰는 돈 가운데 통신비가 차지하는 몫도 2005년 3.10%에서 2022년 2.30%로 줄었다.
같은 기간에 통신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줄었다. 유럽 통신사들의 자국 직원은 2019년 55만 명에서 2022년 49만 3천 명이 됐다.
두 가지가 같은 기간에 일어났다. 다만 앞의 것이 뒤의 것을 일으켰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값이 내려가는 이유는 여럿이다. 일하는 방식이 좋아졌을 수도, 회사가 이익을 줄였을 수도, 원가나 세금이 내렸을 수도 있다.
아낀 인건비는 이익이 되지 않았다
사람을 줄이면 회사에 돈이 남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한 분석기관이 통신사 직원 수를 분기마다 세어 실적과 맞춰봤다. 직원을 줄인 것과 이익이 늘어난 것 사이에 뚜렷한 연결이 보이지 않았다. 몇 분기 뒤에 나타날까 싶어 시차를 두고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같은 분석은 이렇게 적는다. 인건비에서 아낀 만큼이 다른 비용, 특히 설비 값으로 상쇄됐다.
설비를 사면 그 값을 한 해에 다 적지 않고 몇 년에 나눠 적는다. 망을 새로 깔면 그 몫이 늘어난다.
돈은 사람에게서 장비로 갔다.
그다음은 물어볼 수가 없다
여기서 막힌다.
가정에서 아낀 통신비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싶다. 그런데 유럽연합이 쓰는 가계 조사로는 답이 안 나온다. 그 조사는 같은 집을 계속 따라다니지 않는다. 조사할 때마다 그 시점의 지출 구조를 보여줄 뿐이다.
아낀 집을 나중에 다시 찾아내 이어붙일 수가 없다. 도구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도 마찬가지다
일자리가 늘어난 데는 있다. 정보통신 전문인력은 해마다 늘었고, 재생에너지 쪽 일자리는 2015년부터 2023년 사이에 50% 늘었다. 보건 쪽도 늘고 있다.
통신사를 떠난 사람이 그리로 갔을까.
유럽연합이 내놓는 노동시장 표에는 그 답이 없다. 그 표는 일하는 중인지, 일을 찾는 중인지, 아예 찾지 않는지 세 가지 사이의 이동만 보여준다. 일자리를 옮기면서 업종이 바뀌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연구자가 원자료를 파면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열어볼 수 있는 표에는 그게 없다.
여기서 말하려는 건 셀 능력이 없다는 게 아니다. 공개된 통계가 무엇을 앞에 내놓느냐다.
그런데 세어본 곳이 있다
없는 게 아니었다. 사람과 회사를 이어붙인 자료를 가진 나라들이 있고, 그 자료로 같은 것을 이미 물어본 적이 있다.
한 연구가 일곱 나라를 같은 방식으로 쟀다.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소득 손실이 가장 작았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그 세 배였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중간이었다.
일곱 나라가 다 세어봤다. 세는 방식도 같았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연구가 짚은 이유는 두 가지다. 남유럽에서는 새 일자리를 찾을 확률이 더 낮았다. 그리고 일곱 나라 모두에서, 다니던 회사가 얹어주던 웃돈을 잃는 것이 손실의 큰 부분이었다. 그 웃돈은 사람을 따라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문제는 통계가 아니다
같은 일을 겪어도 어느 나라냐에 따라 치르는 값이 세 배까지 벌어졌다. 그 차이를 만든 건 세어봤느냐가 아니다. 일곱 나라가 다 세어봤으니까.
충격이 왔을 때 누가 그걸 떠안게 되어 있는가. 그게 값을 가른다.
일반적인 실직 연구도 같은 쪽을 가리킨다. 다시 취직한 사람 가운데 56%가 전보다 월급이 적은 회사로 갔다. 어떤 나라에서는 해고된 해에 소득이 절반까지 떨어지고, 4년이 지나도 예전보다 10% 낮은 채로 남았다.
한 도시 안에서도 갈렸다
가까운 데서도 보인다.
2024년 12월 벨기에에 네 번째 통신사가 들어왔다. 규제기관이 그 뒤의 가격을 이웃 나라와 비교해 발표했다. 휴대폰 요금에서 벨기에는 비싼 축에서 벗어났고, 다른 회사들도 값을 따라 내렸다.
집에 들어가는 인터넷은 달랐다. 새 회사의 값이 가장 쌌는데, 그 값은 안데를레흐트와 신트얀스몰렌베이크 두 자치구 주민만 쓸 수 있었다. 그리고 규제기관은 이렇게 적었다. 집 인터넷 쪽에서는 아직 아무 반응이 없다.
두 시장은 들어가는 비용이 다르다. 집까지 선을 넣으려면 땅을 파야 한다. 광케이블을 한 집까지 놓는 데 도시에서는 200250유로, 외곽에서는 1,0001,500유로가 넘기도 한다. 휴대폰에는 그런 공사가 없다.
원가가 그렇다는 것이지, 그것 때문에 새 회사가 두 자치구만 골랐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두 가지를 나란히 놓아둔다.
세는 것은 보이게 할 뿐이다
무엇을 세느냐는 사람이 치른 값을 보이게 한다. 그 값을 실제로 가르는 건 일자리 시장과 제도다.
표에 안 나온다고 그 일이 없는 건 아니고, 표에 나온다고 그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남는 질문
인공지능이 이 변화의 원인이라고 쓰지 않겠다. 통신업에서 사람이 줄어드는 일은 지금의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부터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이미 벌어지던 일을 더 빠르게 만드는지는 물어볼 만하다. 이 글은 거기까지만 간다.
그리고 이건 통신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값이 내려가고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같은 질문이 남는다.
아낀 돈은 어디로 갔는가. 그 돈을 받던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두 번째 질문에 답할 표가 우리에게는 아직 없다.
내가 서 있는 자리
나는 이런 변화가 잘된 일인지를 일자리 숫자로만 따지지 않는다. 돈이 간 곳으로 사람도 갈 수 있는지를 함께 본다.
이건 무엇을 하라는 말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밝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틀린 것
조사하다가 「공개 통계에 안 보인다」를 「아무도 세지 않는다」로 넓혀 적었다. 사람과 회사를 이어붙인 자료를 확인하자 그 말은 무너졌다. 이 글은 그걸 고친 뒤의 근거만 썼다.
확인한 것 · 확인하지 못한 것
확인한 것
- 유럽연합 가계 조사는 같은 집을 계속 따라가지 않아, 아낀 돈의 행방을 이어붙일 수 없다
- 유럽연합이 공개하는 노동시장 표는 업종을 옮긴 이동을 보여주지 않는다
- 일곱 나라를 같은 방식으로 재보니, 일자리를 잃은 뒤의 소득 손실이 나라마다 최대 세 배 달랐다
- 그 차이의 이유로 연구는 재취업 확률과 회사가 얹어주던 웃돈의 상실을 든다
말하지 않은 것
- 통계를 잘 세면 손실이 줄어든다는 이야기
- 인공지능이 이번 변화의 원인이라는 이야기
- 값이 내려가서 일자리가 줄었다는 이야기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항목
이 글은 아래 항목이 확인되기 전까지 검증 완료로 표시되지 않는다.
- 아낀 돈이 마지막에 어디로 갔는지. 가계가 통신비에서 줄인 몫이 어느 소비나 저축, 어느 자산으로 갔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 일을 그만둔 사람이 다음에 어디로 갔는지. 통신업을 떠난 사람이 어느 산업, 어느 일자리, 어느 소득으로 옮겼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출처
- Eurostat — 가계 소비 목적별 분류(COICOP)
- Eurostat — 가계지출조사(HBS) 메타데이터
- Eurostat — 노동시장 흐름 통계 메타데이터
- Eurostat — EU 노동시장 흐름 통계 해설
- Bertheau et al., The Unequal Consequences of Job Loss across Countries (NBER w29727)
- MTN Consulting — 통신사 인력과 마진 분석 (Mobile Europe 보도)
- Connect Europe — State of Digital Communications 2024
- BIPT — 네 번째 사업자 진입이 벨기에의 가격 위치에 미친 영향
- Analysys Mason — Full-fibre networks in Europe: state of play
- WIK — 광케이블 망 원가 절감 가능성 (No. 390)
- Journal of Human Resources — The Sources of the Wage Losses of Displaced Workers
- OECD — Back to work: 실직자 지원 정책 9개국 사례
다른 언어로 읽기
작성 공정
주제 선정·전제 확정·판단은 사람이 했고, 출처 수집과 초안 작성은 AI가 했다. 이 글은 번역본이 아니다. 세 언어판은 같은 원천 문서에서 각각 작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