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인가
앞차를 추월했는데 다음 신호에서 나란히 섰다. 인공지능으로 일이 빨라졌는데 보고서는 지정된 날에 나온다. 한 사람의 일이 빨라져도 결과가 나오는 날이 당겨지지 않는 까닭을, 전기 모터가 공장에 들어오던 때와 지금의 연구로 따라가 봤다.
전제
만약 결과가 나오는 날을 마감과 결재와 다음 사람의 차례가 정한다면, 한 사람의 일을 빠르게 하는 것만으로는 그 날이 당겨지지 않는다.
조건문이다. 인공지능이 쓸모없다고도,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다음 신호에서 나란히
70 도로에서 앞차가 40으로 가고 있었다. 추월했다. 화가 났다.
다음 신호를 받았다. 옆에 내가 추월한 차가 와서 나란히 선다.
일도 그랬다. 열심히 했다. 쉽고 편하고 빠르게 하려고 애썼다. 인공지능이 들어오고 나서 일이 편해지고 빨라진 것도 맞다. 그런데 월 보고서는 지정된 날짜에 나왔다. 늦어지면 늦어졌지, 빨라지지는 않았다.
차는 다음 신호등에서 서고, 보고서는 지정된 날에 나온다.
한 사람의 일이 빨라졌는데, 왜 결과가 나오는 날은 당겨지지 않는가.
모터가 예전 축을 돌리던 동안
비슷한 물음을 한 세기 전의 공장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사학자 폴 데이비드는 1990년 논문에서 미국 공장이 전기를 받아들인 과정을 따라갔다. 1899년, 미국 공장에 설치된 전기 모터는 공장 기계를 돌리는 동력의 5%가 안 됐다. 그 비율이 절반에 이르기까지 다시 20년쯤 걸렸다. 전기가 제조업의 생산성에 나타난 것은 1920년대 초였다. 첫 중앙 발전소가 문을 연 지 40년 뒤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나. 처음 들어온 전기 모터가 하던 일에 답의 일부가 있다.
그 시절 공장은 천장에 긴 동력축이 지나가고, 거기서 내려온 벨트가 기계를 하나씩 돌렸다. 축을 돌리는 것은 증기 기관 같은 엔진이었다. 전기 모터는 처음에 그 축을 대신 돌렸다. 데이비드의 설명으로는 원래의 벨트와 축, 그 축을 돌리던 엔진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동력이 덜 들고 속도를 조절하기 쉬워지는 이득은 있었다. 하지만 공장의 모양은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은 기계마다 모터를 하나씩 달면서부터였다. 머리 위의 축이 사라지자 건물을 가볍게 지을 수 있었다. 긴 축을 돌리느라 올리던 여러 층 건물 대신, 재료가 흘러가는 순서대로 기계를 놓는 단층 공장이 들어섰다. 기계를 옮기고 줄을 다시 짜기도 쉬워졌다. 데이비드는 1920년대 제조업 생산성 증가율이 그 전 10년보다 빨라진 폭 가운데 절반쯤이 전기 모터 설비가 늘어난 것으로 통계상 설명된다고 적는다.
데이비드의 설명으로 보면, 모터는 1890년대부터 공장에 들어와 있었다. 다만 공장이 모터에 맞게 다시 지어지기 전까지 그 효과가 생산성 통계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에는 반론도 있다. 초기 수력 발전소 가까이 있던 지역의 공장들을 본 연구는, 전기가 들어온 곳에서는 생산성이 빠르게 올랐다고 적는다. 기존의 설명과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그 연구도 같은 자리에서 설비 투자와 조직의 변화가 함께 일어났다고 덧붙인다. 전기화가 왜 늦게 효과를 냈는지는 지금도 연구자들이 다툰다. 이 글은 그 다툼에 결론을 내지 않는다. 두 쪽이 겹치는 자리까지만 가져온다. 모터 하나가 빨라진 것만으로는 부족했고, 그 둘레가 함께 바뀌어야 했다.
아낀 30시간은 어디로 갔나
지금으로 돌아온다. 내가 해 본 셈이 있다.
하루에 10개 넘는 작업을 하고, 작업마다 10분 넘게 아꼈다고 치자. 하루 2시간, 한 달이면 30시간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30시간을 아꼈다. 그런데 그 30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10분은 그 자체로는 어디에도 쓸 수 없는 짜투리다. 그 시간을 다른 데 쓰려면, 다른 모양의 시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연구는 이 물음을 어떻게 잡았을까.
덴마크에서 두 경제학자가 11개 직종의 노동자를 두 차례, 한 번에 약 2만 5천 명씩 조사하고, 그 답을 행정 자료와 맞춰 봤다. 인공지능 챗봇을 쓰는 사람들이 스스로 답한 절약 시간은 평균, 근무시간 100시간 가운데 2.8시간이었다. 같은 직종을 대상으로 한 실험들은 흔히 15%가 넘는 효과를 보였는데, 그보다 훨씬 작다. 그리고 행정 자료로 본 소득과 근무시간에는 변화가 없었다. 1%를 넘는 효과는 통계적으로 배제됐다.
아낀 시간을 어디에 쓸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다른 일에 쓴다고 답했다. 인공지능 때문에 새로 생긴 일도 거기 들어 있었다.
이 논문은 그 뒤 개정됐다. 2026년 3월 개정판은 제목이 「Still Waters, Rapid Currents」로 바뀌었고, 소득과 근무시간에서 배제하는 폭이 1%에서 2%로 넓어졌다. 위의 숫자는 2025년 7월판의 것이다.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실험이 하나 더 있다. 66개 기업의 지식노동자 7,137명 가운데 일부에게만 무작위로 인공지능 도구를 줬다. 도구를 쓴 사람들은 이메일에 쓰는 시간이 한 주에 2시간 줄었고, 근무시간 밖에 일하는 시간도 줄었다. 그런데 연구진은 이렇게 적는다. 이 개인의 시간 절약을 빼면, 한 사람씩 도구를 준 것만으로는 일의 양이나 구성이 바뀐 것을 찾지 못했다. 이 실험의 저자 넷 가운데 셋은 그 도구를 만든 Microsoft의 연구소 소속이다.
두 연구가 닿은 자리는 같다. 시간은 아꼈다. 아낀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일로 흘러갔다. 그런데 일의 양과 구성, 소득과 근무시간은 그대로였다.
내 셈의 하루 2시간은 근무시간의 4분의 1쯤이다. 조사된 2.8%와는 크기가 다르다. 조사의 평균에는 인공지능을 쓰지 않는 날과 일이 함께 들어 있다. 두 숫자는 같은 것을 잰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란히 두기만 한다. 다만 두 연구가 본 범위에서, 아낀 시간은 일의 양이나 소득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신호등은 한 사람의 속도 밖에 있다
앞차를 추월한 것은 내 속도였다. 다음 신호에서 멈춘 것은 신호등의 주기였다.
보고서도 그렇다. 내 몫의 작업이 빨라져도, 보고서가 나오는 날은 보고 주기와 결재의 차례와 다음 사람의 일정이 정한다. 내가 아낀 10분은 그 앞에서 기다린다.
공장의 전기 모터도 그랬다. 모터가 예전 축을 돌리는 동안에는 공장 전체의 흐름이 그대로였다. 흐름이 바뀐 것은 공장의 배치가, 건물이, 일하는 순서가 모터에 맞게 다시 짜인 뒤였다.
벨기에에서는 2025년에 10인 이상 기업의 34.5%가 인공지능을 썼다. 유럽연합 전체로는 20.0%다. 도구는 이미 들어와 있다. 도구가 들어온 것과, 일이 흘러가는 길이 바뀐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
-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
- 회사나 관리자가 일부러 일을 늦춘다는 것
- 조직을 바꾸면 곧 효과가 나온다는 것
- 전기화가 늦게 효과를 낸 까닭에 대한 결론
확인한 것 · 확인하지 못한 것
확인한 것
- 1899년 미국 공장의 전기 모터는 기계 동력의 5% 미만, 절반에 이르기까지 약 20년, 생산성 효과는 1920년대 초 — 첫 중앙 발전소에서 40년 — David(1990)
- 초기의 전기 모터는 예전 동력축을 돌렸고 벨트 · 축 · 엔진이 남았다. 기계마다 모터를 단 뒤 가벼운 건물 · 단층 공장 · 재배치가 가능해졌다 — David(1990)
- 1919–29년 제조업 생산성 증가율 가속의 절반쯤이 전기 모터 설비 증가로 통계상 설명된다 — David(1990)
- 초기 수력 발전소 가까이에서는 전기화의 생산성 효과가 빨랐고, 설비 투자와 조직 변화가 함께 일어났다 — Fiszbein 외(NBER 28076, 동료평가 전 원고)
- 덴마크 — 이용자가 답한 절약 시간 평균 2.8%, 소득 · 근무시간 효과 0(1% 초과 배제), 아낀 시간은 대부분 다른 일에 쓸 것이라는 답 — Humlum · Vestergaard(2025)
- 66개 기업 7,137명 실험 — 이메일 시간 주 2시간 감소, 한 사람씩 도구를 준 것만으로는 일의 양 · 구성 변화가 없음 — Dillon 외(2025)
- 2025년 인공지능을 쓴 기업(10인 이상) 벨기에 34.5%, 유럽연합 20.0% — Eurostat
확인하지 못한 것
- 30시간은 필자의 가정 셈
- 아낀 시간을 실제로 어디에 썼는지(덴마크 문항은 예상을 물었다)
- 전기화가 늦었던 까닭에 대한 결론
- 짜투리 시간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잰 연구
- 벨기에 노동자의 시간 절약
- 모든 직장의 보고 · 결재 구조가 같은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항목
이 글은 아래 항목이 확인되기 전까지 검증 완료로 표시되지 않는다.
- 하루 2시간, 한 달 30시간은 필자가 해 본 가정 셈이다. 잰 숫자가 아니다.
- 덴마크 조사에서 아낀 시간을 「다른 일에 쓴다」고 한 답은, 실제로 한 일이 아니라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하는가」를 물은 문항의 답이다.
- 아낀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를 업무 기록으로 잰 실험은 저자 넷 가운데 셋이 그 도구를 만든 Microsoft의 연구소 소속이다. 그리고 한 사람씩 도구를 준 경우만 본 결과다.
- 미국 공장의 전기화가 늦게 효과를 낸 까닭이 공장을 다시 짓는 데 걸린 시간이었는지, 다른 데 있었는지는 연구자들 사이에 다툼이 있다. 이 글은 결론을 내지 않는다.
- 짜투리 10분은 모아도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필자의 관찰이다. 그것을 잰 연구는 찾지 못했다.
- 벨기에 노동자가 인공지능으로 아낀 시간을 잰 통계는 찾지 못했다. 벨기에 수치는 인공지능을 쓰는 기업의 비율이다.
- 보고서 주기와 결재의 모양은 필자가 겪은 자리다. 모든 직장이 같다고 말하지 않는다.
정정 이력
- → 판 2 — 인용한 덴마크 논문이 개정된 것을 본문에 적었다. 2026년 3월 개정판은 제목이 「Still Waters, Rapid Currents」로 바뀌었고, 소득과 근무시간에서 배제하는 폭이 1%에서 2%로 넓어졌다. 이 글이 쓴 2.8%와 1%는 2025년 7월판의 숫자이고, 그 판을 출처로 밝혀 두었다. 개정판을 출처 목록에 더했다. 다른 사실과 숫자는 바뀌지 않았다.
출처
- Paul A. David, 「The Dynamo and the Computer」, American Economic Review 80(2), 1990
- Fiszbein · Lafortune · Lewis · Tessada, 「Powering Up Productivity」, NBER Working Paper 28076
- Humlum · Vestergaard, 「Large Language Models, Small Labor Market Effects」 (2025년 7월판)
- Humlum · Vestergaard, 「Still Waters, Rapid Currents」 — 같은 논문의 2026년 3월 개정판 (NBER 33777)
- Dillon · Jaffe · Immorlica · Stanton, 「Shifting Work Patterns with Generative AI」 (2025)
- Eurostat — 기업의 인공지능 사용 (isoc_eb_ai)
다른 언어로 읽기
작성 공정
주제 선정·전제 확정·판단은 사람이 했고, 출처 수집과 초안 작성은 AI가 했다. 이 글은 번역본이 아니다. 세 언어판은 같은 원천 문서에서 각각 작성된다.